영화 퍼펙트 데이즈 리뷰, 사건과 결말,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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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랜만에 영화관을 방문하였습니다. 본래 영화광도 아니고, 영화관은 스케일이 큰 대작이나 저만의 끌림이 있는 영화를 접할 때 가는 편입니다. 요즘은 OTT 서비스도 워낙 잘 발달해서 영화관에 갈 일은 더욱 적어졌지요. 게다가 영화 값은 최근 몇 년간 큰 폭으로 상승해 1인당 15,000원을 내야 합니다. 2인 기준이면 30,000원에 저녁이나 쇼핑까지 하게 된다면 100,000원은 쉽게 깨질 테니 큰 지출이 되겠네요.

 

우연히 아침 라디오 영화 소개 리뷰를 듣다가 퍼펙트 데이즈라는 영화를 접했습니다. 완벽한 하루라는 제목이 왠지 멋지게 들렸습니다. 한 줄 소개에 평범한 청소부의 소소한 일상을 따라간다는데 제목이 완벽한 하루라니 소소한 제 일상과도 왠지 맞닿을 것 같아 바로 영화를 예매했습니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 리뷰

영화 퍼펙트 데이즈의 주인공 히라야마는 도쿄 시부야의 공공 화장실을 청소하는 청소부입니다. 매일 새벽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단장을 하고, 정해진 루틴대로 준비물을 챙긴 뒤 출근하는 반복적인 패턴이 그의 일상입니다. 영화는 그저 소소하게 그의 일상을 보여주고, 반복적인 패턴을 따라가며 히라야마의 루틴을 그려냅니다. 이불을 개고, 양치질을 한 후, 면도하고, 식물에 물을 주고, 출근 준비를 마칩니다. 나가기 전 문 앞에는 가지런한 그의 준비물들이 정렬되어 있습니다. 준비물을 챙겨 문밖을 나간 뒤 먼저 하늘을 봅니다. 그날의 날씨를 체크하고, 온도와 바람, 풍경 등을 만끽합니다.

 

이후에는 집 앞 자판기에서 캔 커피를 빼먹고, 차에서는 오래된 카세트테이프로 올드팝을 듣습니다. 출근해서는 장인 정신으로 꼼꼼하고, 깔끔하게 청소일을 하고, 점심시간에 필름 카메라로 풍경을 찍는 게 취미입니다. 일을 마치면 공중목욕탕에 가서 말끔히 씻고, 이후 단골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으며 소소한 행복을 누립니다. 하루의 마무리는 헌책방에서 구매한 중고 도서로 마음을 살찌우는 일도 히라야마의 완벽한 하루 중 하나입니다. 영화는 이처럼 음악, 책, 자연과 함께하는 히라야마의 소소한 일상과 행복을 그려 나갑니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
영화 퍼펙트 데이즈

 

 

사건과 결말

영화는 전반적으로 히라야마의 소소한 일상을 반복적으로 그려내다가 작은 변화들로 변주를 줍니다. 히라야마의 조수 다카시는 자주 늦고, 수다스럽고, 덜렁대는 성격입니다. 여자 친구 아야에게 잘 보이려고 오토바이를 몰고 가려 하지만 고장 나는 바람에 히라야마의 차를 빌려 운전합니다. 그의 차에서 오래된 카세트테이프의 올드팝을 들으며 여자 친구 아야는 감동하고, 이후 히라야마를 찾아와 감사의 뽀뽀를 남기며 신선한 놀라움을 선사하죠.

 

또 히라야마에게는 부유한 동생 케이코가 있고, 그의 딸 니코가 있습니다. 어느 날 니코가 가출을 해 가족과 연을 끊고 살았던 삼촌 히라야마를 찾아옵니다. 동고동락하며 삼촌을 졸라 일터에도 따라가고, 소소한 일상의 기쁨을 같이 누립니다. 동생 케이코가 걱정된 히라야마는 전화해 조카 니코의 소식을 알려주죠. 니코를 데리고 가던 케이코는 히라야마에게 치매로 요양원에 계시는 아버지에게 방문할 의사가 있는지 물어보지만 히라야마는 거절하고, 다시 소소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히라야마는 단골 식당을 방문했다가 식당 주인과 낯선 남자가 포옹하는 것을 목격합니다. 이후 강변에서 마실 술과 안주를 사 온 히라야마는 식당에서 본 그 남자와 다시 마주칩니다. 알고 보니 남자는 식당 주인의 전 남편이었고, 말기 암이어서 마지막으로 전처를 보러 간 것이었습니다. 다음 날도 변함없이 히라야마의 소소하지만 완벽한 하루는 시작됩니다. 운전하며 어김없이 올드팝을 켜고 출근하는 히라야마에게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는 다양한 감정이 드러나며 영화는 끝을 맺습니다.

 

 

힐링 무비
힐링 무비

 

 

OST

영화에 나오는 오래된 올드팝은 유년 시절 익숙히 들어왔던 POP 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일본 영화에 이런 짙은 POP 명곡들이 깔리는 걸 보니 이색적이면서도 영화의 영상미와 잘 녹아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쓰인 OST의 곡들은 다음과 같고, 실제 음악은 유튜브에도 많이 소개되어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The Animals - Housing of the Rising Sun

The Velvet Underground - Pale Blue Eyes

Otis Redding - (Sittin' on) The Dock of the Bay

Patti smith - Redondo Beach

The Rolling Stones - Aoi Sakana (Blue Fish)

Lou Reed - Perfect Day

The Kinks - Sunny Afternoon

Van Morrison - Brown Eyed Girl

Nina Simone - Feeling Good

 

 

퍼펙트 데이즈 OST
퍼펙트 데이즈 OST

 

 

느낀 점

앞서 말한 대로 이 영화는 제목과 한 줄 소개의 끌림만으로 선택한 영화입니다. 영화 값도 오르고 OTT 서비스가 호황인 가운데 단숨에 영화관에 가서 선택한 작품은 제 일상엔 흔치 않은 일입니다. 영화에는 소소한 일상을 충만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주인공 히라야마의 삶이 담겨 있습니다. 주인공의 삶과 저의 삶, 그리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도 이렇게 소소하게 흘러갈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렇지만 누군가는 반복되는 일상에 지루함과 불평을 가지고, 누군가는 소소한 일상에 감사하며 자기 삶을 예쁘게 단장해 갈 것입니다. 쉽게는 나보다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나에게 부족한 점을 탓하며 살고 있진 않나요? 영화 속 히라야마의 단정하고 충만한 삶을 통해 진정 자기 삶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의 삶은 빛나고 예쁘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반적인 영화의 기운은 싱그럽고, 뽀드득뽀드득 깨끗하게 씻겨진 정갈한 그릇 같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정말 자극이 없고 소소한 일상을 소박하게 그려내는 힐링 무비입니다. 보는 내내 주인공의 충만한 삶의 태도와 기운이 보기 좋았고, 그를 둘러싼 아름다운 자연과 영상미는 눈부셨습니다. 이런 무자극의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는 게 생소할 정도로 잔잔히 흘러가는 퍼펙트 데이즈, 눈에 띌만한 자극적인 사건도 크게 나타나지 않고, 무해한 일상을 다루기 때문에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AI가 도래한 인공지능 시대에 어쩌면 다양한 이유로 메말라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되돌아보게 하는 작은 단비와도 같은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명대사

나중은 나중이고, 지금은 지금이야.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이 세상은 서로 다른 삶으로 이루어져 있어. 그중 서로 연결된 세상도 있고, 그렇지 않은 세상도 있지.

 

 

퍼펙트 데이즈
퍼펙트 데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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